[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183-184] 48. 공관복음과 요한복음

설왕은31 2021. 12.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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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비평과 역사적 예수를 강조하다 보면 성서의 네 가지 복음서 중에 가장 정확한 역사 기록은 무엇인지 찾게 됩니다. 그래서 마가 우선설이니 마태 우선설이니 하는 말이 나오죠. 역사 비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장 오래된 복음서를 찾아서 그것을 가장 기본 자료로 삼고 나머지는 그 복음서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간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무엇이 가장 먼저 쓰인 자료인지 연구하고 그에 대한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마가 우선설을 믿는 사람들이 가장 많습니다.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이천 년 된 역사 자료들의 선후 관계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틸리히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약성서의 모든 책들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주장에서는 일치한다. (p.183)

 

역사적 선후 관계를 밝히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겠으나 그것이 주요한 이슈를 차지할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죠. 가장 먼저 쓰인 기록을 찾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역사 비평 연구를 통해서 가장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찾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는 성서를 역사책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성서는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이 아닙니다. 성서를 역사책으로 본다면 공관복음서, 즉 마태 마가 누가복음이 요한복음보다 더 중요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요한복음보다 먼저 쓰였고 역사 기록에 충실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달리 요한복음은 역사 기록보다는 그 당시 유행하던 철학과 사상을 접목해서 예수를 소개한 책입니다. 

 

공관복음서와 신약의 다른 문서들(요한복음서를 포함하여) 사이의 차이란, 전자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주장의 토대가 되는 모습을 제시해 주고 있는 반면에 후자는 기독교 사상과 생활에 있어서의 이 주장과 의미를 세련되게 완성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183)

 

이런 의미에서 복음서와 바울서신을 심하게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서와 바울 서신 모두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증언에 있어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 차이가 근본적인 차이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복음서와 바울서신서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 틸리히의 관점입니다. 복음서가 이해한 예수와 바울서신서가 말하는 예수가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틸리히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복음서와 바울서신서가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둘 중에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는 틀려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죠. 역사 비평의 관점으로 보면 네 개의 복음서 중에서 맞는 것이 있고 틀린 것이 있게 됩니다. 분명히 네 개의 복음서 중에서는 서로 충돌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그러면 맞고 틀린 것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틸리히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신약성서의 증언은 그리스도로서의 예수에 대한 증언이라는 점에서 모두 일치한다. 이 증언이 기독교 교회의 토대이다.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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