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139-142] 39. 역사 속에 나타난 그리스도

설왕은31 2021. 11. 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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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로 메시아, 헬라어로 그리스도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의미합니다. 기름부음을 받을 수 있는 자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왕, 예언자, 제사장 이렇게 세 부류의 사람들이었지만 틸리히는 그리스도는 왕이라고 설명합니다. 제가 볼 때도 이러한 설명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은 바벨론 포로기 이후로 계속 타민족의 지배를 받아왔는데 그들 사이에서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예언자나 제사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을 정치적으로 해방시켜 줄 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리고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봤는데 그때 베드로가 했던 대답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도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이해했는데 이는 예언자나 제사장이 아닌 왕을 의미했습니다. 예수가 그리스도로서 역사 속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메시아는 언제나 역사와, 즉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집단과 연관되어 있었다. 메시아는 개인들을 역사적인 실존 밖으로 인도함으로써 구원하지 않는다. 그는 역사적인 실존을 변형시키고자 한다. 개인은 사회와 자연을 포괄하는 새로운 현실에 들어간다. (140)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을 역사 밖으로 또는 세상 밖으로 끌어내서 그들을 구원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도 역사 안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그를 믿는 사람들도 역사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죠.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외를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기를 바라는 존재입니다. 

 

틸리히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탐구 유형을 두 가지로 제시합니다. 하나는 비역사적인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적인 유형입니다. 새로운 존재에 대한 탐구가 인간 소외의 극복을 위한 보편적 현상이라면 어느 쪽 유형이든 다른 쪽 유형과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존재에 대한 탐구가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틸리히는 비역사적인 유형이 역사적인 유형을 포괄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인 유형은 비역사적인 유형을 포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인 유형은 새로운 존재 탐구에 대한 수평적인 방향을 가지고 있고 비역사적인 유형은 수직적인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 속에 나타난 그리스도를 새로운 존재라고 주장하는 그리스도교는 수평적 방향과 더불어 수직적 방향을 포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틸리히는 지적합니다. 수평과 수직이 균형을 맞추면서 수평이 수직을 포함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맞는데 수직 방향이 강조되면서 그리스도교가 왜곡되는 상황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요한복음은 로고스론에서, 예수의 초역사적인 성격에 대한 강조에서, 예수 안에 있는 심판과 구원의 현존의 가르침 속에서 수직적인 측면을 강하게 강조했다. 초대교회에서의 종말론적인 의식의 후퇴는 개인 구원에 대한 거의 배타적인 강조를 초래하였다. (141)

 

예수 그리스도의 수직적 차원을 강조하면서 예수의 역사성뿐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활동까지 부정되고, 그리고 역사와 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 구약성서를 천대하고 무시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새로운 존재에 대한 수직적 탐구 방향에 의한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서를 버리게 되면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역사에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신 승리를 일구어 내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현실을 불러왔습니다. 역사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활동이 구약성서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매우 정치적인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독교는 교회 안에서 구약성서를 보존하고 새로운 존재의 기대의 역사적인 유형을 보존하기 위해서 생사를 건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41)

 

성경은 역사책은 아니지만 성경 안에 기록된 역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도 역사 속에서 나타났고 하나님의 나라는 역사 속에서 시작된 나라이고 역사 속에서 완성될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들을 역사 바깥으로 이끌어 내는 존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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