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146-152] 41.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있는 그리스도

설왕은31 2021. 11.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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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히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역설이라고 주장합니다. 틸리히는 여기서 역설을 뜻밖의 현실이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문학에서 말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역설과는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역설인데 어떤 의미에서 이 사실의 뜻밖의 현실이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이해는 중보자 mediator 개념입니다. 서로 떨어진 두 존재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해 주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틸리히는 중보는 재결합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있는 존재라면 그리스도는 하나님일까요, 아니면 사람일까요? 

 

그리스도가 중보자와 구원자로서 간주된다면 그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제3의 실재로서 간주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하나님을 대표하는 자로서 기대된 것이다. (147)

 

틸리히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인간의 관점에서는 하나님을 대표하는 자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틸리히는 이 말을 좀 희한하게 표현합니다. 

 

인간에게 인간을 대표할 수 있고 인간에게 하나님을 대표할 수 있는 자는 바로 본질적인 인간 essential man 이다. 왜냐하면 본질적인 인간은 그 본질상 하나님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148)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는 인간에게 인간이고 동시에 하나님이라는 말입니다. 예수가 본질적인 인간이었다는 말은 예수가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었다는 뜻이죠. 본질적인 인간은 인간의 본질을 정확하게 실현한 존재라는 뜻으로 사람다운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인간의 본질은 바로 하나님께 속한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실존이 되었지만 본질을 완전하게 발현한 존재로서 실존이 된 본질입니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된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틸리히는 인간이 된 하나님, 즉 성육신이라는 말이 가지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었다는 말은 역설이 아니라 터무니 없는 명제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었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하나님이 하나님 아닌 존재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하나님이 아닌 존재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심지어 하나님을 과정 becoming 으로서 말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모든 순간에 하나님이시다. 그는 하나님이 아닌 어떤 것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신적인 존재가 인간이 되셨다고 말하거나 '하나님의 아들', '영적인 인간', '위에서 온 인간'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149)

 

틸리히는 이 말도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마치 하나님 외에도 다른 신적인 존재가 있어서 그 존재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한 여러 신화에서 보면 그렇게 신적인 존재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전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틸리히는 요한복음에 나온 진술, "로고스가 육신이 되었다"logos became flesh 는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로고스는 "하나님과 우주, 자연과 역사 안에서의 하나님의 자기 현현의 원리"라고 말합니다. 육체는 실존을 의미하고, 되었다 became 는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것에 참여한다는 역설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하면, 신의 자기 현현의 원리가 실존에 참여하였다는 말입니다. 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말과는 다른 말인데 여전히 애매모호한 말입니다. 그래도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말은 신의 변신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럴 수는 없거든요. 하나님이 하나님이 아닌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죠. 하나님은 늘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이해하기 편하게 신이 인간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이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오해하기 쉬운 표현입니다. 

 

신이 인간이 되었다. (x)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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