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157-159] 44. 역사와 그리스도

설왕은31 2021. 12. 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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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히는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을 합니다. 질문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받아들인 사람들로 인해서 예수가 그리스도가 될 수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이 없어진다면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가?"입니다. 또는 역사가 완전히 끝이 나서, 달리 말하면 역사를 논할 수 있는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예수는 여전히 그리스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틸리히는 자신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인류는 당장 오늘이라도 자신을 모조리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틸리히에 따르면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말은 예수가 소외라는 인간 실존을 완전히 극복한 새로운 존재로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나라를 시작한 존재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존재를 위한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공간과 시간입니다. 만약 공간의 파괴가 와서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예수는 여전히 그리스도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태양은 반드시 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틸리히는 그리스도는 우리만을 위한 그리스도가 아니라 우주를 위하는 그리스도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우리가 예측하는 공간의 파괴를 넘어서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유를 위한 그리스도라면 지구나 태양계 또는 우주 전체가 파괴되더라도 새로운 세상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 틸리히의 설명은 공간에 대한 설명과는 좀 다릅니다. 틸리히는 역사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간 역사는 인간 존재자들이 그들의 실존적인 소외를 깨닫고 새로운 존재의 물음을 묻기 시작하는 순간에 시작된다. 물론, 이러한 시작은 역사적인 연구에 의해서 결정될 수 없는 것이며 성서와 다른 종교 문학에서처럼 전설과 신화의 견지에서만 말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시작에 상응해서, 끝은 그리스도 예수가 중심인 인간 역사의 연속성이 명확하게 파괴되는 순간이다. (158)

 

다시 말하면, 인간 역사의 시작은 인간이 소외를 깨닫기 시작한 순간에 시작하고, 인간 역사가 끝이 난다고 할지라도 예수가 인간 역사의 중심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인간 역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계속 예수는 그리스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극적인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이 사라지고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받아들이고 고백하는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몇 천 년 동안 예수는 그리스도였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말하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그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틸리히의 견해에 따르면,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한 사건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사건은 바로 역사가 끝이 나는 사건입니다. 

 

예수는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이다. 말하자면 그는 그가 그 의미를 결정하고 있는 역사적인 연속성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한 그리스도이다. (159)

 

사실 틸리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죠.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기억과 믿음과 고백이 사라져서 예수가 잊힐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근심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역사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예수는 그리스도로서 역사의 중심을 차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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