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232-236] 62. 성서와 예수 사건의 의미

설왕은31 2022. 4. 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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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역사 속에서 태어났고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예수의 삶은 사람들의 환상도 아니고 상상도 아니고 실제로 일어났던 구체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비밀리에 발생한 일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눈으로 본 사람들이 자신이 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기록으로 남겨서 그 이야기가 계속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서는 예수라는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큰 관심이 없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성서가 전달하려고 하는 바는 예수의 삶과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고 그것이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즉 성서는 예수 사건의 의미에 관심이 있습니다. 성서는 예수 사건의 의미를 밝히는 데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틸리히는 지적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성서 자료를 인간 실존 일반이나 특히 초기 공동체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가치에 따라서 선택된 것으로 보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특수한 이야기의 보편적인 특성을 다소 설화적인 형태를 통해서 강조한다. 세 번째 방법은 나사렛 예수의 전체 사건의 보편적인 의미를 상징과 신화를 통해서 나타낸다. (조직신학 III, 234)

 

이 중에서 틸리히가 강조하는 방법은 세 번째 방법입니다. 성서는 상징과 신화를 사용해서 예수 사건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서의 기록이 상징과 신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탈신화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학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불트만입니다. 틸리히는 탈신화화의 의미를 두 가지로 이해합니다. 하나는 탈신화화가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인 왜곡에 대한 싸움을 의미한다고 지적합니다. 틸리히는 이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탈신화화를 통해서 탈문자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탈신화화를 통해서 성서의 신화와 상징을 제거하고 과학과 도덕에 대한 서술로 성서를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틸리히는 이에 대해서는 비판합니다. 성서의 어떤 기록이 상징과 신화라는 이유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틸리히는 예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전달하는 두 가지 상징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이 상징들은 실존적인 소외에 대한 그리스도의 두 가지 근본적인 관계에 상응하는 것이다. 또한 이 상징들은 기독론 교리의 발달과 논쟁을 결정적으로 지배해왔던 것들이다. 실존에 대한 그리스도의 첫 번째 관계는 실존에 대한 그의 종속이며, 실존에 대한 그리스도의 두 번째 관계는 실존에 대한 그의 승리이다. (조직신학III, 235)

 

틸리히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실존에 대한 종속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며, 실존에 대한 승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상징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구체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부활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대해서는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십자가와 부활 모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면서 동시에 상징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예수가 소외라는 인간 실존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로서 당한 비극적 삶과 죽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실존에 대한 종속이라는 상징뿐만이 아니라 실존을 극복한 상징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부활입니다. 예수는 실존에 종속되어 있었지만 결국 그 실존을 극복하고 부활했습니다. 아마 어떤 사람은 실제적인 부활의 증거나 정확한 부활의 과정 또는 부활한 몸의 특성과 같은 것에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서는 그것보다는 부활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예수가 실존을 극복하고 승리했다는 의미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을 통해 변화된 제자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에 대한 성서의 기록은 충분했고 아주 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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