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243-244] 64. 십자가 사건의 상징성

설왕은31 2022. 4.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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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히는 예수의 십자가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수의 십자가가 고립된 사건이라면 예수의 십자가가 예수에게 일어났던 다른 일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사건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슈퍼맨 영화에서 보면 슈퍼맨은 내내 강력한 능력을 지닌 절대 패배 불가능의 존재로 등장하는데 갑자기 그 힘을 잃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슈퍼맨은 악당들에게 뭇매를 맞고 심지어 죽을 뻔한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것은 고립된 사건이죠. 슈퍼맨이 힘을 잃었기 때문에 단기간 혹은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 고립된 사건입니다. 예수의 십자가는 그런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고 틸리히는 주장합니다. 십자가가 고립된 사건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예수의 사역이 꽤 화려했거든요. 예수는 죽은 자도 살리고 수 천명의 사람들을 먹이고 물 위도 걷고 눈먼 자의 눈을 뜨게 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절대로 해를 가할 수 없는 존재로서 이 땅 위에 살았던 신으로서 예수를 인식하게 되면 십자가는 굉장히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소외라는 인간 실존의 궁극적인 부정성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십자가는 그것을 나타내는 사건이자 상징입니다. 십자가 이외의 다른 이야기는 십자가로 인해서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집니다. 

 

십자가 이야기 이외의 이야기들이 십자가의 이야기로부터 받아들이는 그들의 의미는 그리스도인 그가 자신을 실존의 궁극적인 부정성들에 종속시켰다는 것과 이 부정성들은 그와 하나님 사이의 통일성으로부터 그를 분리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틸리히 조직신학 III, 243)

 

틸리히는 십자가 상징과 비슷한 다른 상징들이 성경에 나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빌립보서 2장에 나옵니다. 

 

[6]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6-9)

 

자기 종속의 상징이 신화적인 견지에서 표현되어 있다고 틸리히는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 실존이라는 상태에서 예수가 스스로를 종속시켰다는 사실이 신화의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여기서는 예수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의 처음부터 선재하고 있었고 또한 자기의 권리와 위치를 포기하고 인간 실존의 상태를 취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예수는 인간의 유한성에 자신을 종속시키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종속이라는 표현이 좀 어렵고 어색한데 예수는 인간과 같이 유한성을 지닌 존재로서 완전한 인간으로 살았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는 십자가에 내몰리기 전에 자신의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원래 인간이 가진 한계를 그대로 안고 살았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상징적 사건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다른 모든 사건들은 십자가로 인해서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틸리히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표현들이 신화적이든지, 전설적이든지, 역사적이든지, 또는 이 표현들과 이 표현들이 뒷받침하는 상징인 십자가의 혼합이든지 그 자체는 성서적 모습의 맥락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표현들은 옛 존재의 파괴적인 구조들에 대한 그의 종속을 나타내는 그들의 힘에 있어서만 중요하다. 

 

예수에 대한 성서의 내용은 여러 가지 내용이 복합되어 구성되어 있습니다. 틸리히는 그것이 신화이든, 전설이든, 역사이든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의 혼합이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가 소외라는 인간 실존 상태 속에서 유한성을 지닌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십자가 사건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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