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 대한 호칭은 다양합니다. 제일 흔한 것이 구원자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구속자라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구원자와 구속자는 그 의미가 매우 다릅니다. 구원과 구속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자주 사용하는 호칭이 중보자입니다. 이 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이 호칭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틸리히는 이 세 가지 용어 중에 구원자라는 단어를 선호할 것 같습니다. 예수가 구원자인 이유에 대해서 틸리히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는 새로운 존재로서의 그의 존재의 보편적인 의의 때문에 구원자이다. (틸리히 조직신학 III, 258)
틸리히가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예수는 새로운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존재는 소외라는 인간 실존 상황을 완전히 극복한 존재입니다. 예수가 인간의 실존 상황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존재였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예수는 인간이 처한 소외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도움을 주는 구원자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틸리히는 이 부분에서 예수의 인격과 사역을 나누는 전통신학의 작업을 비판합니다. 예수의 인격 person과 사역 work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구원론에 있어서의 많은 반半기계론적인 오류들은 그리스도의 존재가 그의 사역이고 그의 사역이 그의 존재 곧 그의 존재인 새로운 존재라는 원리가 받아들여진다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틸리히 조직신학 III, 258)
제가 볼 때는 인격person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예수의 인격과 사역을 구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인격이 예수의 존재적 본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격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그보다는 관계 속에서 특정한 역할을 가진 존재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격과 사역은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틸리히는 중보자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을 지적합니다. 중보자라고 하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틸리히는 예수가 화해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에 중보자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를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존재로서 반半신이라고 여긴다면 이것은 대단한 오류라고 지적합니다. 반半신은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제3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인간에게는 하나님을 대표하는 하나님이고 하나님에게는 인간을 대표하는 인간입니다. 예수는 하나님이고 인간이지, 하나님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존재가 아닙니다. 어렵죠?
마지막이 구속자로서 예수입니다. 이 개념이 또 어려운 개념입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둘 사이를 연결하는 누군가가 존재해야 한다면 둘 사이를 화해시키는 속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틸리히는 하나님은 우리와 영원히 화해되어 계시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문제는 인간이 하나님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구속자는 하나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악마의 세력들로부터의 인간 해방의 상징은 전통적인 속죄론들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구속자라는 용어를 그리스도로서의 예수에게 적용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다. (틸리히 조직신학III, 258)
틸리히는 구속자라는 말이 위험스러운 요소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구속자라는 단어는 하나님이 인간을 죄의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 악마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구속자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틸리히는 이다음 부분에서 속죄론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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