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왕은 박사의 신학 수업
* 교재: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7. 피조물, 죄인, 그리스도 안의 새로운 존재인 인간
7.2. 창조된 인간 (p. 257-268)
미국의 조직신학자 **댄 밀리오리(Daniel L. Migliore)**가 말하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 존재의 세 가지 특징을 살펴봅니다. 첫째,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응답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밀리오리는 인간을 '외심적 존재(exocentric)'라 부르며, 인간은 자신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 관계 맺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피조물이라고 설명합니다. 둘째,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입니다. “나는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입니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인간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때에야 비로소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밀리오리는 이를 삼위일체의 페리코레시스(perichōrēsis, 상호 내재) 개념으로 설명하며, 남녀 관계 역시 위계가 아닌 상호성과 사랑의 순환성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셋째, 인간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 곧 완성되지 않은, 실현을 향해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인간은 하나님 안에서만 참된 안식을 얻을 수 있으며, 그 갈망은 인간의 불완전함이 아니라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이 영상은 인간 존재에 대한 신학적·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으며, 오늘날 인간됨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이 소단원에서 밀리오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에 대한 세 가지 명제를 제시합니다. 이 세 가지 명제가 잘 정리된 명제는 아니지만 인간의 본질적 상태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밀리오리는 항상 삼위일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계성, 공동체성, 개방성을 중심으로 한 신학적 인간 이해를 시도합니다.
첫 번째, 인간은 하나님이 말을 걸 수 있는 존재며, 인간은 하나님께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밀리오리는 인간을 외심적 존재라고 말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영어로는 exocentric 이라는 말을 씁니다. 바깥 중심적이라는 말인데요. 이 말의 반대를 생각해 보면 이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의 반댓말은 내부 중심적 존재일 것입니다. 밀리오리는 "인간은 경험의 대상에 의해,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인간 자신 밖으로 이끌려나가는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만으로 존재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성이 드러나는 피조물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이 말을 걸면 그에 가장 잘 응답할 만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지요.
첫 번째 명제와 연관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밀리오리는 몸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인간이 몸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은 인간의 몸이라고 주장합니다. 밀리오리는 그리스도교가 "모든 위대한 종교 중에서도 가장 물질주의적"이라는 윌리엄 템플의 말을 인용합니다. 몸과 물질의 선함은 세 가지 근거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데요. 첫째, 몸을 통해서 인간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둘째 예수 그리스도는 친히 인간의 몸을 입으셨고, 셋째, 그리스도교는 몸의 부활을 믿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몸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몸은 썩어질 것이고 죽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지극히 플라톤적인 이해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예수 외에 인간의 몸이 부활하는 것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에 대한 믿음을 지속적으로 고백하는 종교입니다.
둘째 명제는, 인간의 본질적 정체성이 다른 존재와의 공존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 명제는 첫 번째 명제와 연결되어 있으나, 그 대상이 하나님이 아닌 타인 혹은 다른 피조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은 홀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으며,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인식하거나 타자에게 인식되기도 어렵습니다. 밀리오리는 이 점을 강조하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 한 말과, 아프리카 속담 “당신이 인간이라는 바로 그 이유를 통해서만 나도 인간이다”를 인용합니다. 그는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공동체적 존재이며, 이는 단지 사회적 성향 때문만이 아니라, 성이 구분되어 있고 따라서 생명의 탄생이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물론 성 분화는 인간만의 특징은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인간의 본질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녀 관계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바르트는 이 주제에 대해 신학적 주장을 펼쳤고, 밀리오리는 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그 비판의 핵심은, 바르트의 남녀 관계 이해가 위계적인 질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동체적 삶을 강조하는 밀리오리는 항상 삼위일체를 중심에 둡니다. 남녀 관계 또한 삼위일체적 관계의 유비로 이해합니다. 삼위일체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페리코레시스(perichōrēsis)**입니다. 이 단어는 원래 “둥글게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며, 상호 내재, 상호 거주함의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레티 러셀의 표현대로, 인간은 협력 속에서 존재하고 또 상호적으로 말하고 듣고 살고 일한다는 의미이다. 복음의 하나님에 비추어볼 때 남녀 관계의 올바른 질서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아니라 상호 간의 사랑과 섬김이다. 삼위일체적 유비를 사용해보면, 남녀관계는 상호 내주적이다. 즉 서로가 서로 안에 거하며 상호적인 사랑이 이루어지는 삶이다. (264)
셋째,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하나님에게 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운동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밀리오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기도문을 인용합니다. "당신은 우리가 당신을 향하도록 지으셨으므로, 우리의 마음은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 쉴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인간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신비한 인간의 본성입니다. 판넨베르크는 이것을 '세계 개방성' 또는 '미래 개방성'으로 표현하는데 물론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나 불안정한 마음의 상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작동할 때가 많습니다. 충분이 살 만한 환경이 조성된 상태에서도 인간은 완전히 충족하지 못한 채 새로운 욕망거리를 찾아 헤맵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또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 초기에는 강한 자들이 약자들을 지배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 일이 흔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존엄성이 보편적으로 존중받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과연 이런 방향의 발전이 왜 이루어져왔는가에 대한 의문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 존재의 본성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밀리오리는 이 소단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지금까지 개괄해왔던 창조된 인간의 자유의 여러 차원들, 즉 하나님과의 관계성과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성,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의 삶,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개방성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피조물로서의 자유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심으로 깨어나고, 우리와 전혀 다른 타자들과 공존함으로써 확장되며, 도래할 하나님 나라에서의 미래적 성취를 지향하도록 움직인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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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의 비유로 풀어 본 사랑 이야기 "사랑해설"(설왕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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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껍데기와 고정관념에 의해 가리어져 있던 예수의 진짜 사랑 이야기. 왜, 어떻게,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 사랑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다룬다. 사랑이라는 렌즈를 통한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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