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조3-24_28] 4. 존재란 무엇인가?_틸리히 "조직신학"

설왕은31 2021. 6. 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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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폴 틸리히 Paul Tillich

조: 조직신학 Systematic Theology

3: 3권

19_24: 19쪽에서 24쪽까지

 

틸리히는 존재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존재의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고 애매모호합니다. 그런데 실재에 가까운 것일수록 더 애매모호한 법이고 그렇게 애매모호한 단어가 오히려 생존력이 더 좋습니다. 단어라는 것도 태어나고 죽기도 하는 것인데 구체성을 띤 말은 오히려 금방 그 생명력이 다 떨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 놓인 두 개념, 즉 보편과 특수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존재라는 것은 보편의 관점에서는 단지 추상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존재는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특수자를 가리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추상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이 반대편에 있는 설명이 존재라는 것은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물질이라는 주장입니다. 

 

틸리히는 존재를 "비존재에 저항하는 존재의 힘"으로 이해합니다. 틸리히는 중세의 철학자들이 "존재를 보편과 특수를 초월하는 근본적인 초월"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틸리히의 이해가 이와 비슷합니다. 

 

이 같은 존재의 개념은 유명론과 실재론의 대립을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개념은 추상으로서 이해하면 모든 개념들 중에서 가장 공허한 개념이 되지만, 존재를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속에 있는 존재의 힘 the power of being으로 이해하면 모든 개념들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개념이 된다. ( 25)

 

 

 

틸리히는 존재를 "존재의 힘"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기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존재는 존재의 힘이다라고 말하면 짧기는 한데, 이 설명은 일부러 모호하게 서술한 설명입니다. 일단은 존재가 존재의 힘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순환 논증의 오류이기도 합니다. 존재의 힘은 잠재성과 현실성, 추상과 구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설명입니다. 존재의 힘은 존재가 현실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고, 동시에 현실에 나타난 구체적인 특수자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상과 구체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이데거가 존재를 설명할 때 존재Sein가 신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 개인과 같은 구체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설명해서 왜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독일어로 명사를 쓸 때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기 때문에 영어로 번역할 때는 Sein을 Being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는 대문자로 존재를 쓰느냐, 소문자로 존재를 쓰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죠. Being은 신을, being은 인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하이데거가 쓰는 존재라는 말은 틸리히가 쓰는 존재라는 말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존재는 Being도 아니고 being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Being이 아닌 것도 아니고 being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존재는 잠재성을 띤 Being이기도 하고 구체성을 띤 being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잠재와 현실의 경계에 있느냐, 라고 물어볼 수 있는데 경계에 있다기보다는 잠재와 현실을 모두 포함하면서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틸리히는 "하나님이란 비존재를 극복하는 존재의 힘의 의미에서 존재 자체"라고 설명하는데, 그의 존재 이해를 통해 하나님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존재의 용기"라는 책에서 틸리히는 유신론의 하나님 이상의 하나님 the God above the God of theism을 말하는데 이것 역시 틸리히의 존재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틸리히에 따르면 "존재는 힘이다"라고 정리하면 기억하기는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힘은 잠재성과 현실성을 포함하고 넘어가는 힘, 보편과 특수를 포함하고 넘어가는 힘을 의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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