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신학

[책]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 공통체 Commonwealth | 책의 의도

설왕은31 2021. 8. 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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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리와 하트의 Commonwealth는 매우 유명한 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책이죠. 우리말로 '공통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제목이 좀 아쉽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입니다. '공동체'가 아니라 '공통체'라는 말을 새로 만들어서 제목을 지었는데 좋게 말하면 대담한 시도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나친 자신감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유명한 책이니까 제목을 이해하기 어렵게 지어도 팔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commonwealth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연방, 국가, 공화국, 단체, 사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ommon과 wealth를 따로 번역하면 공공의 부 또는 공동 번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식으로 번역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commonwealth가 국가나 연방국이라고 번역이 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국가'나 '연방국'이라고 제목을 다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네그리와 하트가 republic 대신에 commonwealth로 제목을 지은 이유는 자본의 관점에서 국가와 백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볼 때 이 책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하나입니다. 그 문제는 "백성이 주권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죠. 칼 슈미트가 "정치신학"에서 주장한 바에 대한 반박이기도 합니다. 칼 슈미트는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자이다"라는 주장을 했는데요. 슈미트가 말하는 주권자는 백성이나 민중이 될 수 없습니다. 슈미트는 한 사람이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주권자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예외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인데요. 예외 상태는 기존의 법 체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예외 상태를 처리하면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이 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 슈미트의 주장입니다. 네그리와 하트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증명하고 싶은 것이고요. 그래서 이 책의 서문은 "다중의 군주 되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중이라는 말도 번역이 아쉽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multitude를 다중으로 번역했는데 그냥 백성이나 민중으로 번역하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서문의 원제는 "The Becoming-Prince of the Multitude"입니다. 

 

이 책은 매우 혁명적인 책입니다. 좌파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자본주의 국가의 전복을 꿈꾸고 있는 책입니다. 공화국의 전복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두 가지 주요 무기는 '가난'과 '사랑'입니다. '사랑'은 중요한 것이기는 한데 좀 감성적인 것 같고요. 독특한 요소는 '가난'이죠. 

 

가난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는 첫째로 전통적인 계급 구분을 문제 삼고 우리로 하여금 계급 구성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신선한 눈으로 연구하게 하며 임금관계의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광범한 생산 활동들을 보게 만드는 건강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둘째, 이렇게 보았을 때 빈자는 결핍이 아닌 가능성에 의해서 정의된다. (21)

 

 

가난한 백성이 새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네그리와 하트는 서문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공유된 공통적 부를 제도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건을 정의하고자 할 뿐 아니라 대초원을 불사를 불씨를 포착하고자 한다. (25)

 

부자의 무리는 소유 공화국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척하며 보편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된 주장이다. 실제로 부자의 무리는 배타적 정체성에서만 기반을 두며, 이 정체성이 가지는 통일성과 동질성은 재산의 소유에 의해 보장된다. 이와 달리 빈자의 무리는 사회의 배타적인 한 부분으로 구성된 정체성이 아니라, 지위와 재산에 관계없이 사회적 생산의 메커니즘에 다양하게 편입되며 개방적이고 다수적인 주체성의 생산에 의해 활성화되는 모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형성체이다. 빈자 다중은 그 존재 자체가 소유 공화국에 객관적 위협을 가한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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