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는 인간이 본질에서 실존으로 전이했기 때문에 소외라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것은 창조이면서 동시에 타락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실존 상태가 소외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세 가지는 바로 불신앙, 무한대의 욕구, 자기높임(휘브리스)입니다. 영어로는 unbelief, concupiscence, hubris인데 번역하기 모두 곤란한 단어입니다. 그래서 concupiscence는 무한대의 욕구로 hubris는 자기높임으로 번역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언급을 했습니다. unbelief는 불신앙으로 번역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틸리히는 불신앙부터 설명합니다. 그런데 그는 unbelief라는 단어에 불만이 있습니다. 적절하지 않은 단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un-faith라는 단어가 있다면 un-faith라고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믿음belief라는 것은 근거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틸리히가 말하는 불신앙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개신교에 있어서 "불신앙"은 인간이 그의 전 존재를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행위나 상태를 의미한다. (p.78)
즉 틸리히는 faith의 반대말인 un-faith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신앙이란 근거 없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싶은 것입니다. belief는 대상이 없는 것 같은 어감을 줄 때가 많은 반면에 faith는 보통 대상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다행히 우리말로는 믿음과 신앙으로 구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믿음은 순수한 우리말이고 신앙은 중국글자말인데 느낌은 좀 다릅니다. 믿음은 '밑'과 관련이 있는 말인데 근거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신앙은 '믿을 신'에 '우러를 앙, 의지할 앙'을 쓰는 말인데 '앙' 때문에 대상을 생각해야 하는 단어입니다. 우러르고 의지한다는 것은 그럴 대상이 있다는 말이지요.
틸리히는 소외의 표지로서 불신앙이 나타나는데 이는 하나님과 인간의 분리를 의미합니다. 틸리히는 이 분리가 인식, 의지, 생명의 분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발견된다고 지적합니다. 그 외에도 찾아보면 더 있을 수도 있겠죠?
인간의 불신앙은 인간이 그의 존재의 중심에 있어서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비-신앙(un-faith)은 궁극적으로는 비-사랑(un-love)과 동일한 것이다. (p.79)
틸리히에 따르면 불신앙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하나님과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유한한 선을 사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불신앙이나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똑같은 말이라는 것이죠. 그럼, 믿음과 사랑은 똑같은 말이냐라고 물어볼 수 있을 텐데요. 대상이 하나님이라면 그 의미는 거의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틸리히는 믿음의 우위성을 주장합니다. 믿음은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인간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틸리히는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개신교의 강조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랑의 우위성을 강조한다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인해서 인간의 소외된 상태가 극복이 된다는 것이지요. 사랑이 더 위대한 것이든 아니면 믿음이 더 위대한 것이든 간에 죄는 관계의 문제이지 도덕법의 위반에 관련된 문제는 아니라고 틸리히는 말합니다.
다시 정리하면 틸리히는 사람이 소외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하나님을 인식하지도 않고 하나님의 뜻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하나님의 생명을 공유하고 있지도 않은 불신앙, 즉 하나님과 분리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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