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조3_44-47]
틸리: 폴 틸리히 Paul Tillich
조: 조직신학 Systematic Theology
3: 3권
44-47: 44쪽에서 47쪽까지
틸리히는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실존주의가 등장한 것은 헤겔의 본질주의에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합니다. 틸리히는 그렇게 말했지만 제 생각에는 반드시 헤겔에 대한 반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헤겔의 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헤겔은 개인을 비롯한 인류가 참된 존재와 화해되어 있다고 주장했는데 개인, 공동체, 그리고 인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경우는 각각 그 경험이 다르겠지만 인류가 함께 경험한 20세기 초반의 세계 대전은 본질주의의 깃발을 내리고 실존주의의 깃발을 올려야 할 근거를 제시해 주었죠.
틸리히는 실존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이 역사를 인식했다고 지적합니다.
역사는 신의 자기 현현이 아니고 화해 없는 갈등의 연속이며 인간을 자기 파괴로 위협하는 위협의 연속이다. (45)
21세기에는 인류는 세계 대전과 같은 대규모의 갈등과 부조리 상황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인류는 자기 파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인류의 앞날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헤겔의 말이 맞다면 인류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상황에 있어야 하는데 지구의 기후 변화는 인류뿐만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자초한 것이기도 합니다. 실존주의자들의 역사 인식이 현재 상황에서도 더 적합해 보입니다.
틸리히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구분은 의미 없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실존 상황에서 가지는 곤경과 질문에 대한 분석과 대답은 결국은 신앙의 문제이고 종교적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무신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곤경을 분석하고 대답했다고 하더라도 실존주의 자체가 이미 종교의 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 혹은 유사종교적 대답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인간 또는 인류에게 닥친 현실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이미 신과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다.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은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부조리 상황이고 괜찮은 것이 아니라면 그 알 수 없는 본질에 대한 종교적인 언급이 불가피합니다. 틸리히의 관점에서 말하면 실존주의자들은 모조리 다 유신론적 실존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언급하거나 암시하는 신이 기독교에서 이해하는 인격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옳다고 인정할 수 없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신 혹은 본질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틸리히는 '실존적인'과 '실존주의적인'이라는 말을 구분합니다. '실존적인'이라는 말은 인간의 태도에 관한 말이고 '실존주의적인'이라는 말은 철학 학파에 관련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존적인'의 반대말이 '초연한'이라고 말합니다.
실존적인 사고에서는 대상이 참여하게 된다. 반면에 비실존적인 사고에서는 대상이 초연하게 된다. 신학은 그 본질상 실존적인 학문이고, 과학은 그 본질상 비실존적인 학문이며, 철학은 양쪽 요소를 결합하고 있는 학문이다. (46)
실존적인 사고나 태도는 참여의 요소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틸리히는 현저한 실존주의적 분석은 소설가, 시인, 화가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틸리히는 참여와 초연은 하나를 이루고 있는 두 개의 극으로 묘사를 합니다. 즉 인간의 현실을 곤경이라고 인식한다면 그것은 초연의 관점에 연관되어 있는 인식입니다.
정리히면, 실존주의가 이해하는 역사 인식이 현실에 더 부합하고 실존주의는 신, 본질, 초연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종교적 혹은 유사종교적 성격을 띤다고 틸리히는 주장합니다.
'[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틸리히조직신학3_77-80] 16. 소외의 첫 번째 표지, 불신앙 (1) | 2021.09.10 |
---|---|
[틸리조3_47-50] 9. 구원받아야 하는가?_틸리히 "조직신학3" (0) | 2021.07.30 |
[틸리조3-39_43] 7. 본질과 실존_틸리히 "조직신학" (0) | 2021.07.01 |
[틸리조3-35_39] 6. 산다는 게 뭔가?_틸리히 "조직신학" (0) | 2021.06.18 |
[틸리조3-28_32] 5. 상관관계의 방법이란?_틸리히 "조직신학" (0) | 2021.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