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81-84] 17. 휴브리스와 교만의 차이점

설왕은31 2021. 9. 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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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히는 인간 소외의 세 가지 표지로 불신앙, 자기높임, 무한대의 욕구로 설명합니다. 불신앙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분리를 의미하고 무한대의 욕구는 말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자기높임은 설명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어로는 hubris(휴브리스)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휴브리스는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휴브리스는 신의 영역으로의 인간의 자기높임(self-elevation)이다. 인간이 이러한 자기높임을 행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위대성 때문이다. (82)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휴브리스는 자기를 높이는 것인데 어디까지 자기를 높이는 것이냐면 바로 신의 영역으로까지 자기 자신을 높이는 마음과 행동을 휴브리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신의 영역이라는 것은 무엇이냐면 바로 무한성의 영역입니다. 무한성의 영역으로까지 자기 자신을 높이는 것을 휴브리스라고 합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현실적인 유한성과 잠재적인 무한성 사이에 서 있음을 인해서 인간들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존재들"이라고 부를 수 있었고, 인간들의 신적인 이미지들을 "불멸의 존재들"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만일 인간이 이런 상황, 즉 자신이 신들의 무한성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휘브리스로 떨어진다. (81-82)

 

사람이 무한성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만이 휴브리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만이 무한한 존재, 불멸의 존재를 꿈꿀 수 있고, 다른 존재들은 그런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자신을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한탄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죽을 수 없는 존재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한한 불멸의 존재를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위대성은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유한성을 망각하거나 부정하는 상태로 이끌 수 있습니다. 이 상태가 바로 휴브리스입니다. 유한성을 부정하고 무한성을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자기높임, 즉 휴브리스입니다. 

 

틸리히는 휴브리스와 교만을 구분합니다. 교만(pride)는 도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반대말은 겸손입니다. 하지만 휴브리스는 교만이나 겸손과는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교만의 행위 속에서 뿐만 아니라 겸손의 행위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82-83)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망각하고 거부하는 행동은 교만뿐만 아니라 겸손한 태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틸리히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예를 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겸손한 태도의 휴브리스가 있다면 자기높임이라는 번역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겸손의 기본 의미는 자기를 낮추는 것인데요. 자기를 낮추면서도 무한성을 지향하고 유한성을 거부할 수 있다면 휴브리스는 자기높임보다는 '유한성의 거부'로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휴브리스를 옥스포드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the fact of being too proud. In literature, a character with this quality ignores warnings and laws and this usually results in their downfall and death.

 

번역하면, 너무 교만한 상태라는 것이고요. 문학 작품에서 보통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경고나 법을 무시하고 보통 몰락하거나 죽는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휴브리스를 가진 사람은 안하무인이고 결국 망한다는 말이죠. 재밌는 설명입니다. 

 

다시 말하면 휴브리스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 생명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불멸의 존재를 꿈꾸며 마치 그런 존재처럼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휴브리스의 상태에 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지만 불멸을 의식하고 꿈꿀 수 있는 인간은 언제라도 휴브리스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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