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는 인간의 모순된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본성적 본질이 있지만 동시에 인간은 실존의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틸리히는 인간의 실존 상태를 소외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본성적 본질을 드러내는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틸리히는 인간 소외의 세 가지 표지로서 불신앙, 자기 높임, 그리고 무한대의 욕구를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존재 자체가 이미 신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소외의 불신앙이라는 표지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합니다. 분리될 수밖에 없지만 다시 결합하기를 희망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외라는 인간의 실존 상태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본질적 본성대로 살 수 없는 모순을 경험하는데 틸리히는 자기모순은 자기 파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존적인 소외의 조건들 아래에서의 파괴는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서 야기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특별한 신적인 또는 마성적인 간섭의 역사가 아니고, 소외의 구조 그 자체의 결과이다. (97)
이러한 모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자기를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자기-상실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자기를 파괴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세계를 상실하게 된다고 틸리히는 말합니다. 자기-상실은 결국 세계-상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좀 애매합니다. 인간만이 완전히 자기 중심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데, 틸리히는 이것을 자아와 세계의 대극성(polarity of self and world)라고 표현합니다. 자기-상실이 일어나면 자아가 중심이 되어서 세계를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주체성이 상실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도 없어지고 자기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환경에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도 또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세계 일부로서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그가 말하는 모든 말들에 의해서 환경을 초월할 수 있고 초월한다. (97)
자기 모순에서 자기 파괴로 나아가면 자기-상실이 되고 결국 세계-상실로 이어집니다. 인간에게는 자유와 운명이 있는데 자기-상실, 세계-상실이 일어나면 자유는 없어지고 운명만 남게 됩니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고 자유로운 선택이 불가능해집니다. 인간은 운명의 노예, 환경의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
악의 첫 번째 표지인 자기-상실은 자신의 결단하는 중심의 상실을 의미한다. (99)
틸리히는 죄의 두 가지 기능에 대해서 말합니다. 하나는 자기-파괴의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파괴의 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헷갈리는 진술인데 자기-파괴 자체가 죄이고 자기-파괴의 죄는 더 큰 자기-파괴를 불러온다는 말입니다. 죄는 더 큰 죄를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자기-상실로 말하면 자기-상실 자체가 죄이고 자기-상실은 더 큰 자기-상실을 불러온다는 말입니다. 결단하는 중심을 잃게 되면 인간은 점점 더 환경과 운명의 지배를 받게 되고 그러면 결단하는 중심을 더 사라지게 됩니다. 인간의 자유는 유한하지만 다른 존재와는 다른 독특한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환경을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자기-상실이 일어나면 이러한 자유를 잃게 되고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인간은 더 이상은 인간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가 최고의 가치로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인간의 자유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히려 자유롭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유한한 자아가 점점 모든 것의 중심이 되려는 시도는 유한한 자아가 어떤 것에도 중심이 되기를 중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100)
인간은 환경 속에서 유한한 자유를 가지고 자기 결단을 해야 한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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