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폴 틸리히: 그리스도론

[틸리히조직신학3_107-109] 25. 죽음을 생각하는 게 좋을까?

설왕은31 2021. 10. 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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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영혼의 불멸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그 말은 일부분 맞고 일부분 틀린 말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대체로 맞냐, 틀리냐로 물어보면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흑백논리로 물어보면 틀리다에 가까운 말입니다. 기독교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틸리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간의 자연적인 특성으로서의 불멸성은 플라톤의 교리로서는 가능할지라도 기독교의 교리는 아니다." (107)

 

사도신경에서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라고 고백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사는 것이 영혼의 불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이해하는 '나의 영혼'은 '나'와 같은 존재입니다. 자기 동일성이 확보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의 영혼'은 '나'입니다. 

 

나 = 나의 영혼 + 나의 육체

 

이렇게 되는 것인데 '나의 영혼'은 육체만 빠진 '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영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했는지 궁금하네요. 제대로 찾아봐야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영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의 불멸성은 일단 그만두고, 그리스도교는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영혼이 죽음 후에 존재하느냐에 대해서 긍정의 답변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쪽입니다. 몸이 빠진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윤회설은 기독교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18세기 독일의 신학자 레싱은 윤회설의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몸이 다시 사는 데 자기 동일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윤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회는 맞는지 틀리는지 그 여부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틸리히가 여기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는 영혼의 불멸성을 교리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죽어서 '나의 영혼'이 영혼들이 사는 나라인 천국에 간다는 생각은 기독교적이라기보다는 플라톤적인 생각입니다. 기독교는 현실 인식은 매우 냉혹한 편이죠.

 

"성서의 상징들은 불멸성의 통속적인 이미지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창세기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은 먼지로부터 와서 먼지로 되돌아 간다." (107)

 

그리스도교의 현실 인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은 유한하다. 그러니까 영원히 살고 싶다는 꿈은 버려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간 자체는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교가 제안하는 영원히 사는 법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영원히 사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또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는 영혼이 남아서 영원히 산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플라톤의 생각입니다. 영혼이 불멸한다면 영원히 살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안에 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이 땅에서 사는 삶의 유한성을 말합니다. 더 짧게 말하면 인간의 유한성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유한성은 실존적인 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죄는 죽음의 물리적인 원인이 아니라 죽음의 가시가 된다. 죄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불안한 의식을 상실된 영원성의 비통한 실현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불안은 자신의 자아를 제거하려는 욕구와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이 본성이 끝일뿐만 아니라 죄책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소멸을 갈망한다." (108-109)

 

유한성을 지나치게 인식하거나, 또는 죽음의 위협에 내몰린 상황 속에서 인간은 악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유한성이 실존적인 악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유한성을 인식하고 살되 죽음에 대한 불안이 공포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유한성을 아예 인식하지 않고 산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성경에서는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유한성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을 낭비하기 쉽습니다.

 

죽음을 지나치게 인식하는 것도 좋지 않고 아예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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