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의 항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이 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유는 종교의 자유일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 종교를 믿을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인간이 가진 제일 중요한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가 다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녁 식사로 짜장면을 먹을지 아니면 짬뽕을 먹을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자신의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같은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죠.
저는 사실 종교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왜 그것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이클 샌델이 쓴 "자유의 한계"라는 책에서 샌델은 종교적 자유권에 대해서 거론합니다. (자유의 한계, p.53-56) 왜 종교의 자유가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습니다.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샌델은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는 비판합니다.
엄밀히 말해 자유주의자들이 환기시키는 존중은 종교 자체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종교를 갖는 자아에 대한 존중, 자신의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 그 존엄에 대한 존중인 것이다. (53)
즉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는 종교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이죠.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는 저녁 식사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결정하는 자유와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인간은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종교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으로는 왜 종교의 자유가 중요한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샌델은 이런 식으로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좋음보다 옳음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종교의 자유가 가진 중요성을 밝혀주지 못한다고 샌델은 비판합니다.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라는 가치가 옳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도 일종의 자유로, 그 자유를 가지는 것은 올바른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선택하는 일반 권리와 종교적 자유를 동일시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의 본질을 잘못 서술하는 것이고, 자유로운 종교 행사에 대한 헌법 보호 조정의 이유들을 애매모호하게 한다. 모든 종교적 신념을 선택 결과로 해석하면 인간 삶에서 차지하는 종교의 역할을 놓치고 만다. (54)
샌델은 옮음과 좋음을 구분합니다. 좋은 구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주의자는 옮음의 관점에서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지만 샌델은 좋음의 관점에서 종교의 자유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샌델은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도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의 한 가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종교가 사회를 유지하는 도덕성을 함양하는 데 공헌하는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종교의 자유가 옳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좋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중요하고 생각하고 이를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종교 행사를 각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음의 생각을 깔고 있다. 즉 특정 사회에서 주로 실행된 대로, 종교적 믿음은 명예롭고 평가할 만한 존재 양식과 행동 양식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양식들은 그 자체로 칭찬할 만하거나, 좋은 시민으로 만드는 기질을 독려한다. 종교적 믿음과 관행이 도덕적으로 찬양받는 삶의 방식에 조금이라도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종교적 자유라는 권리는 쇠약해질 것이다. (56)
샌델의 주장이 매우 일리가 있습니다. 국가의 관점에서는 종교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종교가 도덕성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는 전제는 반드시 올바른 명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도덕이라는 것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것인데 어떤 종교는 공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종교가 있습니다. 특별히 사이비 종교들이나 교리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사교들은 공공성이나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가 도덕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기독교, 불교, 유교와 같은 세계 종교라고 할 만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도 역사적으로 볼 때 상당한 비도덕성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마녀 사냥이나 십자군 전쟁과 같은 예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샌델은 국가의 관점에서 주장했지만 제가 볼 때 종교의 자유는 도덕성과 관련이 없다고 할지라도 매우 중요한 자유이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다 모두 자신만의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 자신만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종교에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종교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믿음이라고 하죠. 믿음은 세상을 보는 렌즈와도 같은 것이고 수학의 공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믿음의 밑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은 논리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 생각,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경험으로 인해서 그런 생각과 행동을 가질 수도 있고 자신이 읽은 책이나 주변 사람, 또는 존경하는 인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특정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은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합니다. 제가 볼 때 종교의 자유란 그 기초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가장 중요한 대전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종교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자유입니다. 그 대전제를 통해서 인간은 생각하고 행동할 테니까요. 그 대전제는 도덕성을 포함할 수도 있고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 역시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국가의 관점에서는 공공성이나 도덕성을 포함하지 않는 종교가 사회에 가할 위협을 미리 억제하거나 제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단지 국가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을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 보는 공동체의 관점으로 인간을 생각한다면 도덕성이나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는 종교는 존중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대전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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