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 신학

하나님 위에 계신 하나님_틸리히 신학

설왕은31 2019. 10.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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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히 신학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신론입니다. 신론 외에도 여러 가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신론입니다. 틸리히는 기존의 유신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신론을 펼칩니다. 이 신론에서 폴 틸리히는 "하나님 위에 계신 하나님"(the God above God)을 말합니다. 이 하나님은 기존의 하나님이 아닌 새로운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말하면 사실 틸리히가 말하는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틸리히가 말하는 하나님의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는 실존주의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실존주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발생한 철학입니다. 중세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개인이라는 개념을 갖기 시작합니다.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그 개념은 발전합니다. 중세 시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사람이 한 개인으로서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즉 항상 어느 조직의 구성원, 어느 나라의 구성원, 어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개인의 의미를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직의 구성원, 혹은 전체의 부분으로서 개인을 파악하기는 쉬운데요.

 

예를 들어 나는 내 가족 안에서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버지이고요. 한 여인의 남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공동체 구성원과의 관계를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세상에 나 혼자 존재한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나는 누구일까요? 이런 식으로 전체의 부분으로서 개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개인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는 철학이 바로 실존주의입니다. 그런데 틸리히는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외부의 기준점 없이 인간이 스스로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틸리히는 신을 제시합니다. 신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신이 인간에게 객체인가, 주체인가 하는 것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객체이면 인간이 신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간주될 수 있는데 신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이 주체일까요? 그렇다면 인간은 신에게 객체로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대상화, 도구화될 수 있는데 이러면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신은 주체도 아니고 객체도 아니어야 합니다. 틸리히의 말을 빌리자면 신은 주체와 객체를 넘어선 주체라고 합니다. 이 개념이 바로 "하나님 위에 계신 하나님"입니다. 주체와 객체를 넘어선 주체입니다. 주체와 객체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는 앞에 충분히 설명이 된 것 같고요. 

 

틸리히는 믿음에 대해서 "궁극적인 관심"이라고 설명합니다. 틸리히에 의하면 신에 대한 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믿음인데요. 궁극적인 믿음을 가질 때 믿음을 가지는 주체와 믿음의 대상이 되는 하나님은 혼연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틸리히는 궁극적인 관심을 가진 상태로 봅니다. 누가 주체이고 누가 객체인지 헷갈리는 상태입니다. 인간이 하나님 위에 계신 하나님에 대한 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하나가 된 것인지 아니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인지도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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