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부활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정말 예수가 부활했다면 그것은 단순하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죽음을 이긴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넘어갈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사건이고 그리고 그 사건이 인간에게 그리고 우주 역사에 암시하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예수의 부활이 없다면 예수의 십자가는 그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고한 사람이 처참하게 죽는 사건은 인류 역사상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처럼 그 사건이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부활이라는 반전을 일으킨 예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틸리히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이해는 소외라는 인간 실존과 그에 대한 극복의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실존적인 소외의 죽음을 극복한 자의 십자가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로서 자신을 실존적인 소외의 죽음에 종속시킨 자의 부활이다. (p.236)
틸리히도 십자가와 부활의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주목합니다. 틸리히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실재이면서 동시에 상징이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면서 동시에 상징이 된 사건이라고 주장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이 실재이면서 동시에 상징이지만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틸리히에 따르면 십자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 상징이 된 것이고, 부활은 상징이 사건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십자가는 개연성이 매우 높지만 부활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경험한 신비한 일이기 때문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활을 믿기 어려운 이유는 신이나 반신의 부활은 신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은 사람들의 상상이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그리스도로서의 예수의 구체적인 모습이 비의적인 신들의 신화적 모습들을 초월했던 것처럼 비의적 제의의 신화론적 상징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주장되었다. (p.237)
예수의 십자가는 개연성이 높지만, 예수의 부활은 개연성이 낮다는 비대칭성은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의 부활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면 예수 십자가의 의미도 축소되거나 반쪽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역사적 연구에 의해서 예수의 부활을 사실로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사건과 상징으로서의 그리스도 부활의 확실성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실존적인 소외의 죽음에 대한 우리 자신의 승리의 확실성이다. (p.239)
이 말은 부활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확실성은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내적인 확신이죠. 실존적인 소외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우리 안에 일어나는 승리의 확실성으로부터 예수의 부활을 확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틸리히의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예수 부활의 개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육체적인 이론, 둘째는 심령주의적 이론, 셋째는 심리학적인 이론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론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이론입니다. 심령주의적인 이론은 예수가 육체로는 죽었지만 영으로 되살아났다는 이론이고 심리학적인 이론은 예수의 죽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제자들의 마음속에 예수가 부활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심령주의적인 이론에 따르면 부활한 예수를 목격한 제자들은 귀신을 본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고 심리학적인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부활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부활을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 육체적인 이론은 예수의 부활을 육체적인 관점으로만 보는 이론입니다. 즉 예수의 육체가 되살아났다는 사실에만 주목하는 이론인데 그렇다면 예수의 육체가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었으면 예수의 육체를 볼 수 없는 현재에는 부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예수의 육체가 부활했다는 사실은 심령주의적 이론이나 심리학적 이론과는 달리 사건으로 발생한 부활을 말하기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하는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는 달리 틸리히가 주장하는 이론은 '회복 이론'입니다.
회복 이론 restitution theory에 따르면 부활은 그리스도로서의 예수의 회복이다. 이 회복의 토대는 예수와 하나님 사이의 인격적인 통일성과 사도들의 마음에 발생한 이 통일성에 대한 충격이다. (p.242)
즉 회복이론은 소외라는 실존을 극복한 새로운 인간인 예수가 부활을 통해 회복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만약 예수가 부활하지 않았다면 과연 예수가 실존을 극복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이죠.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된 자가 그 소외를 극복하려는 삶을 살았지만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여 그의 소외 극복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는 결론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부활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부활은 예수와 하나님 사이에 소외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됩니다. 부활은 예수와 하나님은 하나였다는 증거가 됩니다. 결국 소외는 극복된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통일성을 목격한 사도들은 마음에 충격을 받음으로써 예수를, 소외를 완전히 극복한 새로운 존재인 그리스도로서 믿는 믿음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회복 이론이라는 것입니다. 틸리히는 회복 이론도 역시 하나의 이론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예수의 부활은 회복이론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활을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자들이 예수를 80점으로 인식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기 때문에 이 점수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청난 실망을 안겨 주었거든요. 그러면 50점으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예수가 부활하고 그것을 목격했을 때 제자들의 예수에 대한 점수는 몇 점이 되었을까요? 80점이 아니라 100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의 부활을 회복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은 좀 부족해 보입니다.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내적 확신을 통해 부활의 확실성이 창조된다는 점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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