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왕은 박사의 신학 수업
* 교재: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5. 선한 창조
5.5. 창조의 모델들 (p. 203-207)
* 예술적 표현 or 놀이 모형
- 놀이는 자유로운 활동이다.
- 예술 활동에는 자기 제한이 필요하다.
- 예술 작품에는 예술가의 어떤 것이 남는다.
- 예술품은 단순한 재료의 조합이 아니다.
하나님과 세상의 관계를 표현하는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유신론, 범신론, 만유재신론이다. 또다른 이론을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세 가지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유신론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하는 이론이고, 범신론은 모든 것 안에 하나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하나님의 내재성을 내세우는 이론이다. 마지막으로 만유재신론은 범재신론이라고 하며 유신론과 범신론을 적절히 조화시킨 이론이다. 만유재신론은 하나님은 세상을 초월해 있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재해 있기도 하다는 이론이다. 만유재신론의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고 동시에 세상은 하나님을 창조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밀리오리는 이 세 가지 이론이 삼위일체 교리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다른 모형과 비유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세 가지 이론은 하나님과 세상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적절한 이해의 틀이다.
밀리오리는 조지 헨드리의 창조 모형의 구분을 사용한다. 헨드리는 하나님의 창조 행동을 이해하는 다섯 가지 모형을 제시한다. 고전적인 모형으로는 출생, 조성, 유출이 있다. 순서대로 하나님이 세상을 낳은 것, 만든 것, 세상은 하나님으로부터 흘러 나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네 번째 모형은 마음과 몸의 관계다. 하나님이 마음이고 세상이 몸이라고 이해하는 것인데 이 모형은 위계질서를 벗어날 수 있고 상호 관계를 친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밀리오리는 이 모형은 은혜로 이루어진 하나님과 세상의 비필연적이고 비대칭적인 관계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내가 볼 때는 그것보다도 ‘마음’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그것 자체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더 문제일 것 같다.
밀리오리가 헨드리의 다섯 번째 모형, 예술적 표현artistic expression 또는 놀이play라고 부르는 모형을 지지한다. 헨드리는 놀이와 예술의 주요한 특성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놀이는 자유로운 활동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연성이나 강제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놀이는 일종의 예술과 같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춤이든 간에 반드시 해야 할 필연성이나 강제성이 없다. 둘째, 예술 활동에는 자기 제한이 필요하다. 예술가는 작업할 재료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도화지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면 두 재료의 특성을 모두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창조 행위도 물질의 특성을 고려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 예술가의 작품에는 예술가 자신의 어떤 것이 남는다. 예술 작품은 예술가 자신이 아니지만 예술가의 의도와 철학과 손길과 계획을 담고 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넷째, 예술 작품이나 활동은 단순한 재료의 조합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밀리오리는 헨드리의 다섯 번째 모형에 주목한다. 헨드리는 다섯 번째 모형을 예술적 표현 또는 놀이라고 표현했지만 밀리오리는 예술적 표현이라는 설명에 더 호감을 느낀 것 같다. 밀리오리는 하나님의 예술 작품으로 창조를 이해하는 것이 삼위일체 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예술적 표현 모형은 예술가과 작품 사이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예술 작품이 지닌 창조적 자유의 요소를 모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 삼위일체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인 결합, 그리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자유롭게 드러나는 것이 예술적 표현 모형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밀리오리는 창조론에서 예술적 표현이나 놀이의 모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신학과 예술의 분리라는 이유가 하나이고 또 다른 이유로 안식일이 전하는 쉼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창조의 완성은 어떤 것을 창조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쉼을 통한 기념과 유희의 차원에서 절정에서 도달한다는 것이다.
헨드리나 밀리오리가 가장 적합한 창조 모델로서 예술적 표현이나 놀이의 모형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창조의 자발성과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자발성과 자유로운 선택에 반대되는 말은 강제성과 필연성이다. 밀리오리나 헨드리가 창조가 강제성을 띤 작업이거나 필연적인 결과일 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으로 예술적 표현이나 놀이의 모형을 고안해냈을 것이다. 강제성과 필연성을 통해서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낼 수도 있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과 같은 건축물은 강제성과 필연성의 결과이다. 그 외에도 강제성과 필연성에 의해서 아름다운 것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발성과 자유로운 선택이 결여되어 있는 것에는 기쁨이 깃들기 어렵다. 자발성과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완성된 예술 작품 또는 그와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 놀이만이 그 안에 기쁨이 깃들 수 있을 것이다. 창조와 생명은 기쁨의 선물이지, 고된 노동을 통한 업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창조를 하나님의 예술 활동이나 놀이로 이해한다면 삶에 대한 우리의 자세도 그에 걸맞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자발성과 자유로운 선택을 통한 기쁨의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이 세상에서 그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님과 세상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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