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기독교조직신학개론

[기독교조직신학개론] 7-3. 타락한 인간

설왕은... 2025. 5. 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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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왕은 박사의 신학 수업
* 교재: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7. 피조물, 죄인, 그리스도 안의 새로운 존재인 인간
7.3. 타락한 인간 (p. 268 - 275)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지만, 동시에 죄의 성향도 지닌 존재입니다. 이 역설적인 인간 본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신학자 다니엘 밀리오리(Daniel L. Migliore)의 조직신학을 바탕으로, 기독교가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타락, 그리고 죄의 본질에 대해 설명합니다. 밀리오리는 죄를 단순한 ‘나쁜 행동’이 아니라, 관계성을 거부하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왜곡으로 해석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부인할 때, 인간은 자신을 우상화하거나 자기 비하에 빠집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할 때, 지배욕 또는 노예 근성으로 왜곡됩니다. 역사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부인할 때, 체념하거나 교만하게 폭력적 행동으로 나아갑니다. 기독교의 죄 이해는 개인 윤리를 넘어, 인간 존재 전체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관계의 신학, 인간의 존엄성, 하나님의 형상…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다움의 본질을 되묻습니다.

 

기독교는 인간이 지닌 하나님의 형상에 주목하면서도, 인간의 실존적 상태를 결코 무시하지 않습니다. 밀리오리는 라인홀드 니버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이 드높은 위상을 지니는 동시에 악의 성향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가 이해하는 인간 본성의 역설입니다. 보수적 신학은 인간을 "한때 위대했으나 지금은 타락했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현대 신학은 "인간은 여전히 위대하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저는 이 현대 신학적 관점에 동의합니다.

밀리오리에 따르면, 죄의 본질은 관계성을 거부하는 데 있습니다. 이 해석은 일관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가진 하나님의 형상은 관계성에 그 본질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적 관점에서 타락한 인간은 관계성을 부인하는 존재로 이해됩니다. 반면 현대 신학은, 인간이 관계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관계를 거부하는 모순적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밀리오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죄의 본질은 우리와 진정으로 다른 타자들과 맺는 본질적인 관계성을 부인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이신 타자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을 부인한다. 동시에 우리는 동료 피조물, 특히 우리에게 전적으로 낯설고 다르게 보이는 자들, 희생자와 가난한 자, 잉여의 인간을 우리가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거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죄란 인간이 다름에 대해 가진 깊은 관용의 결여다." (269)

밀리오리는 이어서 죄의 본질을 세 가지로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죄는 하나님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자기 자신을 절대화할 위험이 생깁니다. 하나님을 지우고 하나님에 대한 의존성을 제거하면, 인간은 스스로 절대자의 자리에 오르려 합니다. 이는 교만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교만으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자기 비하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단지 물질적 존재나 이성적 동물로만 이해한다면, 인간은 스스로를 경멸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 절대화나 자기 비하에 빠지지 않더라도, 다른 피조물을 하나님의 자리에 올려 놓는 또 다른 오류가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죄는 타인에 대한 지배욕이나 노예 근성으로 나타납니다. 관계성을 거부하면 타인을 존중할 이유가 사라지고,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지배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폭력도 그 중 하나입니다. 밀리오리는 이와 반대되는 경향, 즉 노예 근성 역시 죄의 일종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로즈메리 래드포드 류터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죄는 교만과 적대감이라는 적극성의 영역과 집단 이기심에 묵종하는 수동성의 영역 모두에서 발견된다." (272) 이는 희생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인자와 피살자가 있다면, 피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셋째, 죄는 인간의 운명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밀리오리는 이 주제를 다루면서 체념과 교만한 추정이라는 두 가지 태도를 지적합니다. 체념은 인간의 역사가 악한 세력에 의해 지배될 때 아무런 저항 없이 묵묵히 따르는 태도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도 있음에도, 포기하고 따르는 자세는 죄라는 것입니다. 반대되는 태도는 교만한 추정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안다고 확신하고 무리하게 그것을 추진하려 할 때, 사람은 폭력에 기대게 됩니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면, 어떤 방해가 있어도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 뜻을 이루려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칼, 총, 탱크를 이용해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려는 위험한 시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념도 문제지만, 교만한 추정은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밀리오리의 설명은 조금 부족합니다. 인간의 운명이라고 하면 죽음이나 지구를 고려하는 논의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정리하면, 죄란 인간의 존엄성을 적절히 존중하지 않고, 타인과 평화와 사랑의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죄를 "나쁜 짓"이라고 이해하지만, 그 "나쁜 짓"이 무엇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밀리오리는 이 점을 관계성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죄란 관계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곧 죄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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